지브리 스튜디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해석 후기(The Boy and the Heron 2023)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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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스튜디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해석 후기(The Boy and the Heron 2023) Review

by 대 세 2023.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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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5일 개봉하자마자 보고온 지브리 스튜디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후기를 남겨봅니다.
스포일러가 강하게 포함되어있으니, 스포일러 상관 없는 분이나 영화를 보고 온 분들이 읽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인 해석이므로 정답은 아닙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의 매력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1. 불의 의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첫 장면은 마히토의 생모 히사토의 사망으로 시작합니다.
전쟁 중 대공습에 의해 병원에 화재가 발생하고 히사토는 화재속에 사망합니다.
어머니를 잃은 주인공 마히토는 어린 나이에 비해 웃음과 명랑함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화제로 사망한 히사토는 아이러니하게도 탑의 세상에서 와라와라를 잡아먹는 펠리컨을 향해 불을 쏘아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히미의 불은 펠리컨을 공격하지만, 펠리컨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와라와라까지 태워버립니다.
공격하려는 대상 뿐만 아니라 지키고 싶은 대상까지 태워버릴 수 있다는 점, 공습으로 인한 화재로 사망한 히사토가 불을 사용하는 히미 였다는 점을 봤을 때 히미의 불은 2차세계대전 당시의 공습, 폭약의 속성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불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이기도 하지만 상대를 파멸시키며 소중한 사람도 상하게 할 수 있는 양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2. 새의 의미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는 수 많은 새들이 등장합니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왜가리는 물론, 펠리컨과 앵무(잉꼬)들도 등장합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왜 그렇게 새들이 많이 나와야 했을지를 생각해봅니다.

가장 먼저 포스터에서도 등장하는 왜가리입니다.
극중 왜가리의 역할은 이세계의 주인이자 혈족의 큰할아버지의 의지를 받들어 메시지를 전하고 주인공을 조력하는 역할입니다.
혈족 외로 유일하게 이세계와 현실세계를 오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한국, 동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에서 새는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존재로 여겨져왔습니다.
땅을 걷는 능력이 있으며 하늘을 나는 능력도 있는 존재기때문에 많은 문화권에서 신의 대리인이자 사자로 그려졌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왜가리가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왜가리의 말이 거짓이라고 얘기되는 점도 현재 과학화, 문명화된 세계에서 신의 이야기는 거짓으로 치부되기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등장하는 다른 새 팰리컨입니다.
팰리컨은 이세계에서 와라와라를 잡아먹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히미의 불에 피해를 입습니다.
나중에 알게되지만 팰리컨은 자의에 의해서 와라와라를 잡아 먹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로 끌려와 와라와라를 잡아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해야할 일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전쟁시점의 군인과 같은 모습이라고 느꼈습니다.
주인공 마히토는 처음에 팰리컨에의해 잡아먹힐뻔했고 와라와라를 잡아먹는다는 점에서 팰리컨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불에 공격당해 죽은 펠리컨에게 상황을 듣고 나서는 직접 땅을 파고 시신을 묻어주었습니다.

한글 번역으로는 앵무, 일본 원문으로는 잉꼬라고 불리는 새 입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에서 거의 유일하게 순수한 악의로 가득 차 있는 집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가리의 설명에 따르면, 처음에는 많지 않았지만 점점 수가 늘어 가득차게되었다고 합니다.
이세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주인공을 잡아먹으려 합니다.
눈빛은 광기에 사로잡혀있는 듯 하고 비행기가 공습하듯이 날아듭니다.
잉꼬대왕은 금기를 깬 히미를 확보하며 온갖 앵무새들 사이에서 의기양양합니다.
앵무새들은 파시스트와 같이,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호령하는 지도자의 말을 따라하기 급급합니다.
그러한 모습에서 앵무새로 형상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펠리컨과 앵무새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군인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2차세계대전, 비행 공습에 대한 이미지를 새의 형상으로 비유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잉꼬대왕과 함께 히미를 데리고 이세계의 주인을 찾아가는 동안
숲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 곳이 천국이라며 감동하는 앵무새의 모습을 볼 때,
앵무새들도 본성이 잔인하다기보단 대왕의 말을 복창하며 따르다보니 끔찍한 행동을 하게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3. 돌의 의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이세계를 구성하게 만들어주는 영험한 존재가 바로 돌 입니다.
돌은 기존의 세계에는 없던 존재였지만, 메이지유신 무렵 갑자기 나타나 물을 마르게 할 정도로 강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가장 먼저 돌을 발견한 큰할아버지는 돌과 이세계의 주인이 되어 이세계를 구성하고 유지합니다.
일본에서 막부가 무너지고 메이지유신 근대화를 촉발시켰던 사건이 있습니다.
페리 제독이 서양식 증기선 전함을 끌고와 일본에게 평화적인 교역을 하거나 전쟁을 감수하라고 요구했던 사건입니다.
그런 면에서 돌은 일본에게 가장 먼저 주어진 근대화 문명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대화는 동양의 세계를 빠르게 변화시켰습니다.
외부에서 갑자기 나타난 서양의 문명은 일본을 근대화하고 많은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근대화를 이룩했지만, 식민지 제국주의를 통해 조선,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많은 국가를 침략하고 수탈했습니다.
이세계를 구성하는 돌에 악의가 끼어있다는 부분은 일본 제국주의에대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반성이 담긴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돌에는 악의가 없어야한다는 부분도 감독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악의가 없는 돌을 모아 다음세대의 선택을 기다리던 상황에서 잉꼬대왕은 자신의 손으로 돌을 황급히 쌓아버리게 되고,
질서를 잃은 돌은 무너지고 이세계도 붕괴합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군대로 성장했지만, 2차세계대전에서는 군대로 인해 패망한 모습이 떠오르게 됩니다.
 

4. 악의

'잉꼬대왕이 돌을 쌓지 않고 마히토가 돌을 쌓았다면 이세계는 평화로웠을까?'에 대해서도 사실 생각해볼만 합니다.
공부를 많이한 큰할아버지도 질서유지에 급급하여 무시무시한 이세계를 만들었습니다.
악의가 없는 돌로 다음 세대의 이세계를 만들길 바랐지만, 후계자로 생각했던 마히토도 악의를 가지고 돌로 스스로의 머리를 내리쳐 자해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새엄마 나츠코도, 아빠도, 키리코 할머니도 모두 악의를 보여주곤 합니다.
이세계의 주인인 큰할아버지는 이상적인 이세계를 만들고 싶어했지만, 인간이 만들어내는 세상은 악의없는 세상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주인공 마히토도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이세계의 주인이 되는 선택을 하기보다는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잘못된 세계를 홀로 쌓아가기보다는 불완전한 사람들끼리 서로 동료가 되어 세상을 이겨내는 방법을 선택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선택을 하는데 왜가리가 큰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부적처럼 본인을 지켜주는 할머니들과, 이세계 여행중에 엄마로 인정하게 된 나츠코, 그리고 군수업체를 운영하며 군국주의 일본에 이바지하지만 가족만큼은 끔찍히 생각하는 아빠가 있는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반전주의자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본인의 아버지는 실제로 군수공장을 운영했기때문에, 말년에 다다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전적인 생각이 담긴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세계대전의 참전국이자 패전국, 근대화 시기 식민지 군국주의로 성장한 일본에서 전쟁에대해 깊게 고민하고 형상화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화 끝 부분에 이세계가 붕괴되고 앵무새들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보며 잔혹하던 앵무새들을 해방시키고 천국으로 이끌어온 건 마히또의 역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쟁이 없는 평화가 천국과 같다는 반전주의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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