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이 말하는 불고기 야키니쿠 기원설의 오류를 찾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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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이 말하는 불고기 야키니쿠 기원설의 오류를 찾아보다.

by 대 세 2018.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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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는 주제중 하나는 '맛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황교익씨의 방송에서의 발언들이 과연 신빙성이 있는 말인가?' 이다.


황교익씨가 방송에서 하는 말과 Facebook, Blog를 통해 주장하는 논쟁거리들이 과연 정확한 사실인지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개인적으로 황교익씨의 의견들은 개인의견으로 생각만할 뿐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여러 매체를 통해 황교익씨가 표현하는 말들은 '자신 말이 정답에 가까우니 전문가를 통해 물어보고 반론해라'는 식의 대응을 하고 있어서 몇가지 논문을 통해 찾아봤다.


가장 먼저 확인하려 하는 것은 황교익씨가 자주 언급하는 불고기라는 말이 일본어 야키니쿠(燒肉)에서 왔다는 주장이다.


1. 불고기의 언어구조가 한국식 음식명 짓기에 어긋난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알타이어족인 한국에서 음식명 짓기 원칙은 '재료+조리법'이다.

'조리방법+재료'의 구조는 극히 일부며 변칙의 예다.


그러나 알타이어족이라는 묶음 자체가 공통점이 적고 예외가 많기 때문에 현재는 알타이어족이라고 말하지 않고 알타이 제어(가설)이라고 부른다.

또한 알타이어족과 한국어의 공통점은 적은 것으로 밝혀져 한국어는 어느 어족에도 속하지 않는 고립어로 보는 견해가 다수설로 받아지고 있다.


▶참고기사

우리말은 과연 ‘우랄 알타이어’ 인가 [연봉원의 인문 산책] 한국어 유래는 아직도 ‘미스터리’ 기사링크


한편 그가 '재료+조리방법 원칙'의 예외로 말했던 '조리방법+재료' 구조인 국내 음식명이 상당히 많다.

비빔밥, 냉면, 군고구마, 군밤, 볶음밥 등의 조리방법+재료 구조인 한국 고유 음식명이 충분히 많기 때문에 불+고기 구조인 불고기가 한국어 기원이 아니라고 말할 근거는 되지 못할 것이다.


알타이 제어에 속하지 않고 고립어로 분류되는 한국어를 알타이어 제어의 원칙에 맞추어 설명하는 것 자체도 무리있는 추측이라고 볼 수 있다.


간장베이스 양념의 쇠고기구이를 일본이 먼저 야키니쿠라고 부른건지 한국이 먼저 불고기라고 부른건지에대한 의문으로 황교익의 페이스북 게시글은 마무리된다.


2. 국어학자 김윤경 선생님은 불고기는 야끼니꾸의 번안어라고 말했다?



황교익은 국어학자 김윤경 선생님의 과거 경향신문 인터뷰를 토대로 불고기라는 단어가 야끼니꾸의 번안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사실이 맞는지 1965년 12월 20일 경향신문에 실린 고 김윤경 선생님의 인터뷰 전문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경항신문 인터뷰 기사 원문 링크


위 인터뷰에 따르면 고 김윤경 선생님은 한글이 훌륭한 글이라고 말씀하시며 "「벤또」 대신에 「도시락」이, 「야끼니꾸」 대신에 「불고기」 라는 말이 성공한 것은 얼마나 좋은 예냐"라고 지적했다.


이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불고기가 야끼니꾸의 번안어라고 황교익은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인터뷰에대한 분명한 오독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식 단어가 한국식 단어보다 많이 쓰이던 당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고유 한국어가 일본어보다 우세하게 사용되는 것이 좋다는 예로 도시락, 덮밥, 불고기를 들었던 것이다.


황교익의 주장이 오독이 아니라면 도시락 또한 벤또의 번안어에 불과해야한다.

그러나 도시락은 한국 고유어다.


도시락에 대해 문헌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기록은 조선 영조때 김천택이 고려 말부터 당시까지의 시조를 엮은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실려있다.


논밭 갈아 기음 매고 뵈잡방이 다임 쳐 신들메고 

낫 갈아 허리에 차고 도끼 버려 두러매고 무림산중(茂林山中) 들어가서 

삭다리 마른 섶을 뷔거니 버히거니 지게 에 질머 지팡이 바쳐 놓고 

새암을 찾아가서 점심(點心)도슭 부시고 곰방대를 톡톡 떨어 

닢 담배 퓌여 물고 코노래 조오다가 

석양이 재 넘어갈 제 어깨를 추이르며 긴 소래 하며 어이 갈고 하더라


위 시조의 도슭이 도시락의 옛 말이다.


김윤경 선생님의 인터뷰에 언급된 도시락이 벤또의 번안어가 아니듯 불고기도 야끼니꾸의 번안어가 아니다.

황교익 본인의 오독을 인정하지 못하고 현재까지도 김윤경 선생님이 불고기는 야끼니꾸를 번안한 말이라 했다고 주장하고있는 현실이다.


3. 불고기와 야끼니꾸의 관계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1번 페이스북 글의 마지막 부분에 현재 형태의 불고기를 한국인이 불고기라고 먼저 불렀는지, 일본인이 야끼니꾸라고 먼저 불렀는지 궁금하다고 적혀있다.


과연 현재 형태의 불고기는 야끼니꾸로 먼저 불렸는지, 불고기로 먼저 불렸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먼저 야끼니꾸는 메이지시대 서양 요리를 소개하는 『서양요리통』(1872)에 '綿羊燒肉'(면양소육) 으로 표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綿羊은 '양(Sheep)'을 말하고, 燒肉은 '구운 고기'를 말한다. 즉 야키니쿠는 서양요리 양고기 바베큐를 번역하며 처음 사용됐다.

따라서 야끼니꾸의 첫 용례는 직화 바베큐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야끼니꾸의 용례와 명백히 다르다.


'현재 야끼니꾸는 어떻게 일본에 정착했을까?'를 알 수 있다면 불고기가 먼저인지 야끼니꾸가 먼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야끼니꾸 관련 논문을 쓴 아사쿠라 토시오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 교수는 2009년 「Yakiniku and Bulgogi : Japanese, Korean, and Global Foodways」에서 야끼니꾸는 2차세계대전 이후 재일 한국인이 시작하여 1960년~1980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퍼졌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야끼니꾸가 재일 한국인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연구결과다. 그는 야끼니꾸가 재일교포에서 시작해 일본이 세계화시킨 음식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재일 한국인이 현재 형태의 야끼니꾸를 일본에 전파했다는 말이다.


2016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도 아사쿠라 토시오는 "한국이 일본의 돈까스를 받아들였고, 불고기는 일본에서 야끼니꾸가 되었다."라고 말하며 불고기가 한국에서 유래한 형태라는 언급을 한다.

▶매일경제 아사쿠라 도시오 "한국 음식 특징은 情…한식 세계화, 민간서 주도해야" 인터뷰 링크


현재 불고기의 형태는 일본에서 야끼니꾸로 먼저 불렸다기보다 한국에서 먼저 불고기로 불리기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4. 불고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렇다면 논란이되고 있는 불고기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남한에서 불고기가 사전에 등재된 것은 1950년이 가장 처음이다.

한글학회에서 만들고 을유문화사가 발간한 『큰사전』 1950년 판에 불고기는 '숯불 옆에서 직접 구워가면서 먹는 짐승의 고기'라고 적혀있다.

1950년 전에는 불고기라는 말이 남한에서 사용되었지만, 표준어로 쓰이지 않는  말이었다는 뜻이다.


북한 평안도 출신 언어학자 이기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2006년 『'불고기'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불고기는 평안도 방언에서만 쓰였고, 1945년 광복 이후 피난온 피난민에 의해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증언한다.


내가 고향(평안북도)을 떠나 서울에 온 것이 1947년 봄이었는데 그때에는 서울 장 안에 '불고기'음식점이 없었다.남대문 시장 같은 데서 평안도 피난민들이 하는 허술한 음식점에서나 볼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한두 해 사이에 이것이 온 장안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 뒤 '불고기'는 서울 피난민을 따라 부산, 대구로 내려갔고 서울이 수복된 50년대에는 이미 온 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던 것이다. 

광복 이전에 서울에 '불고기'란 이름의 음식이 없었던 사실에 대한 증언이다. 이숭녕 선생님은 대학을 졸업하고 1933년에 평양으로 가서 교편을 잡게 되었는데 취임 축하 모임에서 '불고기'를 처음 보셨다는 말씀을 몇 번인가 들은 일이 있다.커다란 양푼에 그득 담은 쇠고기를 보고 놀랐고 상 위에서 지글지글 타는 고기 냄새와 연기에 놀랐다고 하셨다. 서울 태생인 선생님은 어려서 쇠고기를 많이 먹어 보지 않은 탓으로 그 뒤로도 '불고기'를 많이 먹을 수는 없었다고 하셨다.


이기문 교수의 증언은 1950년 큰사전에 불고기가 실린 사실과 부합하며 1950년대에 이르러서 불고기란 단어는 전국적으로 사용되는 표준어로 인정된 것으로 알 수 있다.


평안도 음식으로 대표적인 것들이라고 하면 순안불고기, 온반, 냉면, 칼국수, 노티, 어복쟁반 등이다.


재미있는 점은 평안도의 대표적 음식에서 '조리방법+재료'의 음식명 조어 방식이 많이 보인다는 점이다.


불+고기, 온+반, 냉+면, 칼+국수, 뜨더+국(수제비+국)조리방법이 어두에 나오는 형태가 많이보인다.


따라서 야키+니쿠(燒+肉)와 불+고기의 조어 형태가 유사하다고해서 불고기가 일본에서 유래했을것으로 보기는 근거가 빈약하다. 요리의 형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충분히 평안도 방언으로 불고기란 단어가 시작되었을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요리 형태에서도, 조어환경에서도 불고기가 야끼니꾸에서 비롯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SNS상 대응은 아쉬움이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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